비운의 Dcred채굴기
오늘 오벨리스크 GRN GRIN ASIC 소식을 듣자 하니 오벨리스크 DCR 디크리드 채굴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참 우여곡절이 많은 제품이었으며, 치열한 ASIC 전쟁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벨리스크 DCR 모델의 외형은 시아 코인 채굴기인 오벨리스크 SC 모델과 동일합니다. 두 코인은 알고리즘이 비슷합니다. 시아는 Blake 2b를 디크리드는 Blake 25614R이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외형이 동일한 만큼 두 제품 간 내부에 들어가는 보드 호환이 가능하여서 해쉬 보드를 바꿔 주면 간단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DCR모델에서도 시아 코인 채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디크리드는 전용 ASIC이 등장 전에는 시아 코인처럼 이더리움과 듀얼 마이닝이 가능했던 코인입니다.
배치 2 물량은 배송 시작도 전에 이미 고철덩어리 신세
배치 1에서 총 2404개의 DCR 제품이 판매되었습니다. 제 기억 상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2017년 하반기 10월 ~ 11월 정도까지 주문을 받았었습니다. 배치 2는 대략 1월 말경까지 판매가 이뤄졌었는데, 그즈음에 비트 메인사의 시아 코인 채굴기가 기습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배치 1 제품을 수령한 경우는 그래도 전기요금 대비 조금이나마 이득이 나던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배치 2의 경우 제품 배송 시작도 전에 이미 다른 경쟁사에서 이미 10배는 효율이 좋은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배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고철 덩어리 신세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기요금도 안 나오는 수준이라서 오히려 돌리면 손해가 더 커지는 기묘한 상황입니다.
오벨리스크는 선주문 당시 미래 상황으로 인해서 환불 불가라는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했지만, 배치 2 물량이 배송 시작도 전에 이미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 되자, 다음 두 가지 안을 제안했습니다.
옵션 1. 배치 2 DCR 채굴기를 배치 6 SC 채굴기로 교환 ($1199 추가금)
옵션 2. 바이백으로 $300
사실상 둘 다 내키지 않은 안이었죠. 거의 일 년을 기다렸는데, 출시도 전에 망한 제품을 시아 코인 채굴기로 전환해줄 테니 약 1200달러의 추가금을 내거나, 아니면 말이 바이백이지 300달러 환불해주겠다는 건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둘 다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안이었습니다.
그래도 재밌는 것은 오벨리스크 주문은 전부 비트코인으로 받았었고, 1년 전에 주문받을 당시가 비트코인 호황기라 가치가 상당히 높았던 시기라, 1년 전 주문할 때 지불했었던 비트코인보다 환불받은 비트코인이 더 많았던 점입니다.
치열한 ASIC 전쟁
개인적으로 코인계가 참 살벌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입니다. 시아 코인 회사가 개별적인 ASIC 채굴기를 만들겠다고 나서자 비트코인 ASIC 계의 왕좌인 비트메인사에서 미리 경쟁자의 싹을 밟아버리려고 했던 느낌이랄까요?
아래 트윗은 오벨리스크 배치 2 물량을 판매할 즈음에 비트메인사에서 시아 코인 채굴기를 판매하면서 기존 오벨리스크 시아 코인 채굴기를 구매자들에게 $800 달라 할인 쿠폰을 제공하겠다는 트윗입니다.
https://twitter.com/BITMAINtech/status/957620387558260736
BITMAIN [Not giving away ETH] on Twitter
“We'd like to offer a $800 @BITMAINtech discount coupon to every @ObeliskTechHQ coupon holder. We look forward to collaborating with the @ObeliskTechHQ team to finalize the details. Stay tuned for more information on this.”
twitter.com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배치 2 이후로는 오벨리스크 제품은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아 회사는 자금난을 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시아 펀드? 토큰 세일? 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ASIC 채굴기 판매가 전혀 이뤄지지 않자 운영자금을 모으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거든요.
오늘 GRIN 채굴기 프리 오더 한다기에 DCR모델 생각나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거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좀 있을 수도 있습니다.